JEN PAK STUDIO
계속되는 여정,
2023
나의 집은 어디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모호할 때가 있었다. 지금 나의 집은 명확히 서울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집이라 말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인가. "집"의 개념은 오랜 역사를 거쳐 탐구되어온 풍부하고 다면적인 주제다. 나에게 있어 “집”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완”이다. 한때는 서울에서의 삶이 낯설었기 때문에 이것에서 비롯된 긴장과 경직이 가득했고, 잠시 머무를 곳이었기에 큰 애정은 없었다. 항상 돌아가야 할 곳, 돌아갈 수 있는 집은 따로 있었고 발 밑은 붕 떠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 머무를수록 이 도시에 대한 애정은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자라났다. 이 도시의 지척에 내가 사랑하는 많은 것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서울에 완전히 ‘소속’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 ‘소속감’이라는 개념은 내가 계속해서 갈망하는 안정감과 질서를 찾는 이 여정과 탐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애정, 그리고 안정과 이완. 그제야 내 집이 서울에 있노라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작업은 ‘서울의 집’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레고스케이프 시리즈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왜 건물에 주목하는가?”였다. 사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건물이라는 포괄적 개념 보다는 집, 거처, 주거지 라는 조금 더 다양한 기능을 가진 건물의 의미에 가깝다. 여러 형태의 집의 이미지를 촘촘하게 수집하는 것은 일상이다. 완전히 낯선 길보다는 자주 다니거나 오랜 시간 머물게 되는 길의 딱 한 걸음 뒤편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내가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꼼꼼하게 수집한 이 건축물의 사진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구조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 향수, 소중한 기억이 합쳐진 공간인 집의 본질을 상징한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모으고 이미지를 콜라주해서 레이어링하며 무채색의 집 더미가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에서 집 자체가 주는 포괄적인 의미만 남게 되고 각각의 집들은 한 데 묶인 채로 그 정체성을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각 면에 색을 지정하고 채색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면 이 집 무더기는 비로소 안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한,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적인 나의 집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회화작업 외에 조형물을 선보이게 됐다. 직전 조형물은 알루미늄이나 FRP(fiber reinforced plastics) 같은 소재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보다 따뜻한 시각을 담아내고자 첫 번째 조형물 작업처럼 나무 소재를 선택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린넨을 사용함으로써 동양적 분위기를 살려보고자 노력했다. 확정된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형태를 반복적으로 변형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벤치와 스툴은 눈으로만 보던 나의 공간에 관객들이 앉아 내가 작업을 통해 추구하는 평온과 안정을 함께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하였다. 추가로 제작한 작은 오브제들은 관객들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여 그들이 꿈꾸는 도시를 만들 수 있게 구성했다. 이렇게 관객들은 나와 예술적 경험을 공유하는 공동의 창작자가 된다.
레고스케이프 시리즈의 궁극적 지향점이 완전한 안정과 평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작업을 위해 거치는 일련의 과정들은 때로는 너무 치열해서 안정을 찾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길에 꼭 완벽한 이유와 논리가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모든 여정은 결국 쌓이고 쌓여 그 지향점에 다다르게 하는 계단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그래서 이 여정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이제 막 팬데믹에서 벗어났고, 이 도시에는 비로소 나의 집이 생겼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다시 밖으로 나가서 그동안 잊었던 도시의 모습을 천천히 관찰한다. 도시 자체의 재현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기억을 인식하며 익숙함을 벗어나 나만의 서울을 재해석한다.
INTO THE VOID,
2022
It has been nearly three years since the Covid-19 affected our way of life. The worldwide pandemic caused momentous distress in people’s lives by making them go through multiple lockdowns, quarantine, social distancing, and ever-changing policies. During this unforeseen uneasiness, I continue to produce my work in response to these social changes.
The fleeting optimism, when the vaccine was created, disappeared due to continuous findings of new strains of the virus. It seems like the pandemic will never end. I was overwhelmed by the unpredictable future and was consumed with fear, anxiety, and mostly hopelessness. The sense of solitude and loneliness deepened as well. Naturally, this unexpected turmoil significantly impacted how I approach my work. The world has changed, and it was my turn to change as well.
As an artist, I had to find a way to cope with these ongoing fast-paced changes, isolation, and restrictions. Ironically, these external stimuli made me create more constraints to create my work. The number of colors used was reduced in each painting to create a new sense of balance. Additionally, my longing for the past manifested by repeatedly using the same fragment found in my previous works from the Legoscape series. The multiple uses of familiar elements of the past relieved anxiety and brought back the sense of calmness that I was longing for. I started to find the void as a source of self-reflection. It encapsulates the nostalgic past life, the stable life we took for granted pre-COVID. It represents what was forcefully taken away from me.
Self-reflection through Legoscape
Early works in the Legoscape series represent a concrete jungle that was in orderly chaos. It is packed and has no room to reflect on oneself. It is easy to get lost within this city rather than being engaged with it. Intense colors are used to fill the canvas to move away from the mundane reality. Each color screams for attention and a sense of being overwhelmedfollows.
After spending considerable time in self-reflection, I decided to move away from the chaos and eliminate unnecessary elements. Since one can only reduce after filling the space, the previous chaotic paintings became a necessary predecessorto my new work. To truly contemplate and reflect, you must empty your mind, and in this case, the canvas.
The Reflection series is an interplay between Into the Void series and itself. Because I work on these series simultaneously, some of the physical features overlap and highlight similar ideas. Additionally, while self-reflecting, the mirror image created by “reflecting” one side to another develops a sense of harmony. Sometimes, it would perfectly reflect one side but sometimes it becomes a distorted version of itself, thereby noting the physical appearance of oneself does not always reflect the true nature. But even in the Reflection series, there is a sense of space that starts to give room for contemplation.
The void becomes the dominant factor in Into the Void series. The fragments of buildings are incorporated only at the edge, stepping back as a supporting role while the vast empty space in the middle becomes the protagonist. Thesegeometric forms struggle to find their order. The remnants of the building, such as a roof or a window are repeatedly found in different works as a reminder of the past. Only when you let go, then you finally gain a sense of calmness. The massive empty space occupying the canvas is where you find yourself. After a moment of contemplation and self-realization, you find a sense of hope.
The exhibition will also introduce my first free-standing sculpture piece. Previously, I extracted buildings from my paintings to this world while maintaining its representational form and colors. However, this time, the sculpture does not necessarily look like a building. It is rather a combination of abstract fragments found in buildings. It also consists of a single color, white, to represent the void. This work will become a bridge to connect to my next journey.
After a long time of patience, we will reach the end of the tunnel and regain the lost sense of normalcy. In this chaotic period of endless upheaval, I hope that I will be able to create work that not only makes us self-reflect but also broadens the way we see the world.
비움을 향해,
2022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삶을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으로 인한 팬데믹의 상황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의 삶을 제한한다. 5년 동안 이어온 레고스케이프 (Legoscape)시리즈는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진행되었다.
지속되는 팬데믹은 일말의 희망을 지우고 바이러스의 종식을 예견하던 긍정의 메시지들은 다시 자취를 감추는 듯 보인다. 이 상황을 통해 마주한 ‘공포’와 ‘불안’이라는 감정의 굴레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내일(future)에 대한 이따금 보이던 희망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그렇게 나는 다시 공포와 불안의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야기된 비상식적이고 혼란스러운 현실은 새로 시작한 작업에도 큰 영향과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의 일상생활의 반경은 좁아지고, 사람들과의 거리는 가까운 듯 멀어졌다. 무엇보다 우리의 자유가 제한된다. 인터넷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했다. ‘세상이 변했다’라는 말이 이 시대를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도 없으며, 변화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잃은 체 표류하고 있다.
예술가는 세상의 변화에 능숙히 대처하여 특정 시선(a point of view)을 작품에 투영해야 한다지만, 한 가지가 변하면 또 다른 한 가지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세상이기에, 이러한 요구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예상치 못한 격동기를 맞으며 예술가들의 삶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해간다. 고립되었던 자들은 더 고립되며, 그렇게 고독과 외로움의 향기는 짙어져 간다.
이러한 외부의 변화와 자극은 작품의 요소들이 더욱 정제되고 집요한 규칙을 갖게 했고 이전에 다양하게 조색했던 화려한 색채들은 시리즈의 통일성을 위해 한정을 두었다. 건물을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작품의 극을 이끄는 주체로서, 시점(perspective)에 신경을 쓰고, 입체적 건물들을 단편적인 형태로 보여주었다면, 이번 개인전에서 공개하는 새로운 작업들은‘perspective’의 이중적 의미가 교차하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이번 신작에서는 전작에서 찾기 힘들었던 반복적 요소들이 출현한다. 작업의 과정은 불안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었던 개인적 자아 성철-심리적 해소의 통로였다. 코로나 사태 이전의 작업에는 비 묘사적이기는 하나 분명한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존재했다. 그 자연스러움은 이제 과거에 갇힌 ‘갈망의 대상 ’으로 변화했다. 반면에, 이번 시리즈에서는 전작들에서 보이는 한 부분들을 여러 번 반복하여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이것은 코로나 시대 이전에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상식적이며 안정적인 삶에 대한 갈망을 형상화는 과정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완성의 유화 작업들을 다시 꺼내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해묵은 감정과 영감은 가는 줄무늬 형태로 응축하여 표현되고, 코로나 이전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nostalgia)의 감정을 추상적으로 선화한다. 이 과정은 이 상황에서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기대하는(longing) 내적 갈등을 돌아보고, 코로나 시대에 계획했던 작업과 관련된 계획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Self-reflection through Legoscape
레고스케이프 (Legoscape) 시리즈 초반 작업들은 캔버스 안을 가득 채워 발 디딜 틈 없이 즐비하게 늘어선 빌딩 숲을 표현하고는 했다. 이 시절 완성된 작품들은 삭막 한 현실 속의 빌딩들은 알록달록 경쾌한 색감을 띠고 있지만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감수성은 ‘혼란’의 감정을 드러냈다. 그 당시 숨 가쁘게 살아가던 삶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돼 초반의 작업에는 많은 색들이 사용되었으며, 추상적인 요소들의 등장이 잦았다. 어느 곳에 시선을 우선적으로 둬야 할지 당혹스러운 화면의 팽팽한 긴장감은 관객의 관심을 기다리는 강렬한 색채들의 외침 과도 같았다. 이제는 이 혼돈의 질서 안에서 한발 물러서서 불필요한 요소를 없앤다. 무엇이든, 먼저 비워내야만 채울 수 있기에,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는 과정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하는 <Reflection> (2021) 시리즈는 팬데믹 기간 동안 내면의 변화와 깊은 고찰의 이중적 의미를 내포한다. 영어 ‘reflect’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울이나, 반짝이는 물체의 표면에 ‘반사’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확장되어 어떠한 현상, 사건 및 심도 있는 ‘고찰’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셀프 리플렉트(self-reflect) 하다-라는 표현처럼 예상치 못한 재난의 시간을 살아가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면의 깊은 곳을 탐험하는 과정을 담은 시리즈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내면에 대한 탐구의 종착역으로 - 현재 진행 중인 <Into the void>(2022) 시리즈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나씩 비워 나가는 행위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앞선 작업에서 보여주는 직접적인 시점(perspective)의 변화뿐만 아니라, 창작 행위의 주체인 나 자신의 내적 시점이 변화하며, 성숙-변화의 모습을 표현한 작업이다.
무(無)의 단색이 캔버스의 표면을 거의 채워 가장자리에만 빌딩의 파편들 이 남아있으며, 분절된 빌딩은 각자의 질서를 만들어간다. 전작에서 추출한 지붕과 창문의 형태들은 작품과 작품의 경계를 허물고 한자리에 융합 됨으로써 가치의 다양성을 표현한다. 또한, 작품 중앙의 빈 공간은 마음속의 ‘공허함’을 반영한다. 이 심연 속 파장을 잔잔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중압감이 내면을 장악하는 만큼 공간은 거대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안정감을 찾는다. 또한, 작품의 개별 구조물과 공간의 채색 과정에서는 색의 차이를 확연히 대비 시킴으로써 감정의 기복을 표출했다. 관념적 공간의 창출은 ‘비워냄’의 의도에 빗대 연하고 차분한 파스텔톤을 선택해 ‘희망’을 은유했다면, 여전히 짙고 묵직한 색상의 구상적 구조물들은 암담한 절망을 내포한다. 이동의 제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떨쳐낼 수 없는 질병 그리고 생과 사에 대한 고찰은 내려놓아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깨닫고 구분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러한 개인적이며 추상적인 감정과 생각의 단면들을 다양한 색과 기하학적 형태로 담아보았다. 이번 시리즈들을 통해 반복되는 조형과 색을 남긴 채 다른 것들은 비워 낸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도입한 조형물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전 작업에서는 회화에서 클라이맥스들을 끄집어내 지상적 사물의 생동감을 주고자 했기 때문에 회화를 본뜬 조형물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화에 한정된 형태의 빌딩을 벗어나 보고자 한다. 굳이 빌딩의 모습은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내면에서 재편된 나만의 엄격한 질서 속에서 창조될 조형물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연결선이 되어줄 것인지, 그 판단은 유예하도록 한다.
끝없는 격랑의 파고에 시달리는 이 혼란의 시기에 그저 밖에서 안을 관망하는 인색한 시각이 아닌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따뜻한 윤기가 있는 시선이 투영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인고의 시간을 지나 모든 것이 정상적 궤도로 들어섰을 때 다시 빛 가운데 나아가기 위해 이 시간을 이겨내고자 한다.
LEGOSCAPED
2020
With more than 12 million cases around the world, the COVID-19 pandemic affected everyone in a way, no matter how big or small. Within months of its existence, it already created new ways of social interactions. Social practices such as self-isolation, social distancing, face covering policy, and washing hands for at least 20 seconds became the new norm. While technological advancements allow people to continue to virtually interact with each other, we are faced with the force that has no real end. This uncertainty has caused a sense of panic that was not present before.
As an artist, COVID-19 gave me the time to reflect on myself and to experiment and explore new ideas and medium, like the wood relief. Practicing social distancing and having never been alone for this amount of time, I experienced multiple emotional phases. In the beginning, it was uncertainty and apprehension as the number of positive cases continued to rise. The emotions directly reflected on the colors I chose for my work, away from the vibrant, cheery color scheme I surrounded my work (and my self) in, and into a darker, more subdued color palette. I then read how nature was healing itself, due to the drastically limited number of people spending time outside from the extensive stay-at-home orders taking effect around the world. I realized nature is a force that is to be reckoned with and that while we are just a small part of it, if we work together with nature, we can live in harmony. The sense of awe and fear towards nature reflected in my recent paintings as the images of nature such as a rocky cliff, a waterfall or a boulder emerged.
These changes and new realizations have altered how I perceive reality. The need to escape from reality is greater than ever before. As an artist, it is important to reflect what is happening around us through our work and to share with the future generation new findings, realizations, and also cautionary tales. People are still coping with losses, remembering what it was like before the virus, eating out with friends, being in close proximity with other commuters, or simply stepping out of your home without a mask. We may never go back to what life was before COVID-19 and we need to find new ways to cope. I chose to replace the feeling of loss with the happy and carefree memory of my childhood. Healthy regression is a positive coping mechanism that many find comfort in, and I wish to share that experience with everyone. Through my work, I hope to give a sense of security and relief that was so quickly taken away.
레고스케이프드, 2020
전 세계에서 1200만 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26만 명을 향하고 있다.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고 전 세계 언론은 그 혼돈의 이름을 계속해서 입에 올렸다.
그 바이러스의 존재와 전파력, 치명률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격리, 마스크 품귀, 30초 손 씻기, 각종 소독용품들, 사재기.
국가와 국가는 문을 닫아걸었고 도시와 도시 간 이동은 뜸해졌고 회사는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사람과 사람은 만남을 피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시스템은 돌아가고 상호 의사소통도 원활하다. 영상통화라는 것도 있으니 얼굴을 아예 안 보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마스크 없이 하는 인사, 편안하게 건네는 악수와 포옹, 그리고 얼굴을 맞댄 축하와 애도가 사라졌다는 것은 우리 인류에게 어떤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여행 제한 권고,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가 예술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우리는 더 이상 예술작품이나 공연을 보기 위해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아갈 수 없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증강현실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심지어 확대 기능까지 제공되기 때문에 실제 미술관에서는 놓쳤을지도 모르는 작품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볼 수 있다. 게다가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다른 나라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밤과 낮의 구분도 필요하지 않고 개장과 폐장 시간도 따로 없이 각기 다른 시간대의 사람들이 그들의 자유시간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소통의 단절이라는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을 절실히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COVID 19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주었고 목재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이전까지 나는 이 정도로 긴 기간 동안 혼자였던 적이 없다. 그것은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두려움에 떠는 것을 멈추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관람객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이 상황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COVID 이전의 삶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거니와 나 역시도 금방 끝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공사장은 작업을 중지하고,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면서 인도에서는 30여 년 만에 히말라야가 육안으로 보이고 해변가에서는 거북이들이 태어나 줄지어 바다로 향했으며 베네치아의 운하에서는 해파리가 두둥실 떠다니며 유영을 했다. 사람이 빠진 자연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갖게 되는 한 인간으로서의 죄책감,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하고 작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찰, 자연이 주는 경고와 기회를 떠올리며 오늘도 다음 작품을 구상한다.
LEGOSCAPE
2018
Pursuing perfection is the main driving factor of creating my work. By seeking utopia in a dystopian reality, I create a new set of order within a system. In literature, utopia is often stumbled upon by a traveler rather than narrated by someone who already resides in it, thus reflecting human desire to escape from reality. Utopia in Greek translates to “nowhere”. Perhaps it is meant to not exist. So in order to create my own utopia, I had to create something new but familiar.
“Legoscape” —a combination of the words “lego,” “cityscape,” and “escape” — reflects my desire to escape from reality to an imaginary, orderly world. As new buildings are erected and old ones demolished, I build my own city on an empty canvas. As a result, my work becomes an intermediary between the real and the imagined space, characterized by perfection.
All of my work share the same origin, the structural form of LEGO®, which is carefully deconstructed. These interlocking blocks are meaningless as an individual entity, but as a finished product, they fulfill their purpose. By losing its form, contradictory to its use, it goes through multiple stages of physical changes concluding once the stage of geometric abstraction is reached. What started as an existing LEGO® building, becomes an imaginary world, further reducing it to mere color and form.
Legoscape(-ing), an ongoing project, continuously gives new information and writes a new set of instructions as a new panel is added and minute details are changed. With oil as its medium and the absence of straight lines, Legoscape(-ing) celebrates change and growth. The project will continue until either time or space runs out. This idea reinforces the representation of an impermanent and transitory space, akin to the perpetual transformation of a cityscape, and in large, the fast-paced society.
The Legoscape series are all derived from Legoscape(-ing), where a section of Legoscape(-ing) is enlarged onto the canvas, transformed, and simplified. To become more uniform and exact, the medium is changed from oil to acrylic, and the paintings are entirely composed of straight lines that are absent in Legoscape(-ing). From the dismantlement of the initial utopia, a new order is constructed.
My most recent works develop the idea of assemblage even further by taking multiple sections of my previous paintings and also changing the scale and collaging them into a single painting. Through repeating certain factors from my previous paintings, a narrative is written, creating a familiarity amongst my works.
레고스케이프,
2018
문학에서의 유토피아는 이미 그 속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그곳을 지나가던 나그네에 의해 발견된다. 그 나그네가 살고 있던 곳을 떠난 이유는 대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서일 것이다. 지친 그가 끝내 유토피아를 발견하면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그를 지지하고 동경하며 위안을 느낀다.
완벽한 이상향의 추구, 그것이 내 작품활동의 원천인 것이다. 극단적으로 암울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토피아를 찾는다. 그리스어로 유토피아는 “Nowhere(어디에도 없는)”이라고 해석된다. 어디에도 없다면 나는 현실화된 유토피아를 만들어야만 했다. 낯선 것을 끌어들여서는 의미가 없다. 익숙하고 분명한 형태를 가진 것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싶었다.
내 작품 제목인 레고스케이프(Legoscape)에는 세 가지 뜻이 섞여 있다. 레고(Lego), 도시경관(Citycape), “벗어나다, 도망치다”라는 뜻의 Escape. 나는 Legoscape를 통해 오래된 빌딩은 허물고 새로운 빌딩을 만들며 나만의 질서로 재편된 가상의 도시를 만든다. 나는 그렇게 텅 빈 캔버스 위에 나의 현실과 내 상상 속의 완벽한 공간을 만들어 그곳으로 도망치려는 욕구를 표출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도피처를 향하는 이정표이고, 완성된 그림은 나만의 제3세계가 되어 나를 위로한다.
내 모든 작업의 시작점은 동일하다. 아직 낱개로 존재하는 블록들은 그 존재가 무의미하다. 이리저리 서로 맞물리고 형태를 달리 하며 쌓여져 올라가고 윤곽이 나타나면 그제서야 존재의 목적을 드러낸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파괴하고, 물리적 변화를 주며, 기하학적인 추상에 닿게 하는 다양한 단계를 통해 질서를 재편한다. 그렇게 레고도시의 빌딩들은 그 존재의 목적에 모순되는 형태를 띠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빌딩들은 내 상상의 세계 속에서 더 단순한 색과 형태로 축소된다.
유화를 사용한 Legoscape(-ing)는 변화하고 성장하는 나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Legoscape(-ing)는 새 패널이 추가되고 세부정보가 변경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 나간다.
시간도 공간도 항구적일 수 없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 역시 시간과 공간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경관과 빠르게 움직이는 사회의 일시적인 공간의 표현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Legoscape 시리즈는 모두 Legoscape(-ing)에 뿌리를 두고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쳤다. Legoscape(-ing)의 한 조각, 한 조각은 또 다른 캔버스에서 확대되고 변형되고 단순화된다. 보다 균일하고 정확한 표현을 위해 유화는 아크릴로 바뀌고 전보다 더 명확한 직선을 등장시킨다. 초기 작품에서의 유토피아를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질서를 건설하는 것이다.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은 이전 작품의 여러 부분을 가져와서 조립하는 방법을 더 확장하고, 규모를 축소하거나 확대하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전작들의 특정한 요소들을 반복함으로써 작품들 간의 친숙함이 만들어지고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